나무의 소망
우리가 다만 풀이길 원하지 않습니다
물을 찾아 바위와 돌을 지나 어둠을 헤치고 흙속으로 흙속으로
뿌리내리는 나무이길 원합니다.
우리가 다만 꽃이길 원하지 않습니다.
한때의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으로 우쭐대기보다는
봄 여름 가을 겨울을 묵묵히 받아내는
나무이길 원합니다.
우리가 다만 잎새이길 원하지 않습니다.
햇살의 따사로움과 뜨거움에 마주하고
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
온몸으로 비와 눈을 맞으며
나이테를 한꺼풀 덧입는 나무이길 원합니다.
우리가 다만 열매이길 원하지않습니다.
때론 열매를 내어주고
때론 그늘을 내어주고
때론 거목을 내어주는
그런
그런
나무이길 원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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