생명의 소중함
꽃은 꽃이었고 벌레는 벌레였다.
언제부터인지 생명을 대하는 우리부부의 태도가 달라졌다.
남편이 시골에서 밤을 얻어왔는데 그봉지안에서 애벌레들이 꼬물거리는 모습에 젊었을 때라면 징그럽다고 기겁을 했을텐데 살겠다고 바둥대는 것같아 살살 잘 모아 화단에 뿌려주었다.
지난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지렁이 때문에 짜증이 났다.
비가 오거나 습한 날 산책길에서 만나는 지렁이. 피부로 숨쉬기 힘들어 아스팔트로 죄다 나와있는데 밟힐까봐 화단쪽으로 던져주며 '이 멍청이들아 여기 있음 죽는다고!'
징그러운데 밟히는 것은 더 상상하기 싫어서 지렁이 구출작전을 한건지 산책을 한건지 모르게 시간이 흘렀다.
'참으로도 신기하지.'
언제부터인가 앞만보고 가던 시선이 길가에 핀 꽃들에 머물고 마치 인사라도,말이라도 걸어오는양 느껴져서 발걸음을 멈추고 대답이라도 해줘야할 것 같다.
항상 밥그릇 국그릇이 오르내리던 식탁엔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오롯이 비어있을 때 꽃다발 하나 사서 꽃병에 넣어 올려놓고 남편과 난 "참으로도 이쁘지? 어쩜 이리도 곱지?
우리가 말하는걸 알아들을래나?"
애기다루듯 살살 돌려가며
하염없이 꽃을 보면서 좋아하고 있다.
언제부터인가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우리부부는 마음으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있는듯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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