우리가 다만 . . .

나무의 소망

2023-07-21     김욕년

 

우리가 다만 풀이길 원하지 않습니다

물을 찾아 바위와 돌을 지나 어둠을 헤치고 흙속으로 흙속으로

뿌리내리는 나무이길 원합니다.

 

우리가 다만 꽃이길 원하지 않습니다.

한때의 향기로움과 아름다움으로 우쭐대기보다는

봄 여름 가을 겨울을 묵묵히 받아내는

나무이길 원합니다.

 

우리가 다만 잎새이길 원하지 않습니다.

햇살의 따사로움과 뜨거움에 마주하고

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

온몸으로 비와 눈을 맞으며

나이테를 한꺼풀 덧입는 나무이길 원합니다.

 

우리가 다만 열매이길 원하지않습니다.

때론 열매를 내어주고

때론 그늘을 내어주고

때론 거목을 내어주는

그런

그런

나무이길 원합니다.